백수 3년 후 느낀 점

내려 놓을 줄 알아야

BIG MAN KIM 2019. 5. 23. 18:48

구직기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되자 뭔가 턱 밑에 탁 차오르는게 생겼다.

같이 졸업한 친구들은 승진을 하고, 집도 마련하고 아이도 태어나 돌이 지났다.

친구, 동기를 떠나 후배들도 사회생활 선배가 되어 있다.

그런걸 보면 난 뭘했나 자괴감이 든다.

그동안 이력서도 많이 쓰고 면접도 봤는데 왜 나만 잘 안되는지 알 수가 없다.

토익 점수도 내가 더 높고, 학교 생활도 열심히 했는데 왜 나만 이런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었는지 생각하다 보면 끝도 없다.

단돈 백만원이라도 월급 받고 일했으면 3,000만원을 벌었을테고, 경력이라던가 직무경험들이 쌓여있을텐데

아무것도 없이 구직자 신분으로 3년을 지내다보니, 3년간 그 상태로 머무는 듯한 기분이다.

어쩌면 퇴보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자 괴로웠다.

시원하게 놀기라도 했으면 맘이라도 편하겠지만, 쫄리면서 3년을 지낸다는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움츠린 상태에서 면접을 가도 밝을 리가 없다.

신입사원이면 생기발랄해야 하는데 칙칙한 사람을 누가 뽑고 싶을까? 나라도 그렇게는 못한다.

구직생활이 길어질수록 더 멋진 한방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긴 백수생활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인지 눈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주변 사람을 의식하는 한국인답게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하더니 겨우 그런데 갔어?"라는 말을 들을까 두렵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 과음을 하게 되고, 힘든 하루를 맞이 하지 않으려 일어나고 싶지 않다.

취직은 철저히 나의 문제다.

가족, 친지, 지인들도 선뜻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주변을 의식해 인지도 있는 회사만 찾게되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

나도 인서울 대학원 졸업에 토익도 나름 고득점이라 내노라하는 큰회사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취업은 운과 때가 어느 정도 작용하는지 안되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수능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배치표처럼 일렬로 회사를 줄 세운다면 내가 어느 수준인지 갸늠한 후 지원하면 되지만

취업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대기업 서류는 붙는데, 중소기업은 떨어지는게 취직이다.

일단, 작은 회사라도 면접에 붙는게 중요하다.

가고 안 가고의 일은 붙고 나서 결정 할 일이다.

다니고 맘에 안 들면 관둬도 된다.

내가 선택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하다.

취직을 빙자했지만 내 자존감도 연관되어 있어서 적어도 내가 선택 할 수 있는게 생겨야 한다.

유연해 져야 한다.

단번에 원하는 회사, 직무로 일하면 좋지만, 사회인이 되어 구직자 시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캐치한 후 재도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회사와 직무는 그간의 내 경험에서 발생한 희망사항이지, 막상 사회 생활을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까 별거 아닌 걸 쥐고 있을 필요가 없다.

화이팅!